한도견본, 말로 못 적는 판정을 세 장으로 남기는 법
· 우정소프트웨어 · 약 8분 읽기
긁힘·색차·이물은 숫자로 적기 어려워 검사자마다 판정이 갈립니다. 한도견본을 합격·한계·불합격 세 장으로 세우는 법, 견본이 바래거나 없어질 때, 거래처 견본과 다를 때를 정리했습니다.
검사 기준서에 "눈에 띄는 긁힘이 없을 것"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문제는 "눈에 띄는"의 뜻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같은 제품을 두고 아침 검사자는 합격, 오후 검사자는 불합격을 줍니다. 한도견본이 있는 공장과 없는 공장은 바로 여기서 갈립니다. 말로 적을 수 없는 판정을 실물로 남겨 두었느냐의 차이입니다.
숫자로 못 적는 판정은 사람 머릿속에 산다
치수는 자로 잽니다. 값이 공차 안이면 합격입니다. 다툴 일이 적습니다. 그런데 외관은 다릅니다. 긁힘의 깊이, 색이 얼마나 다른지, 이물이 얼마나 보이는지는 숫자 하나로 적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준서에는 "현저한", "눈에 띄는" 같은 말이 들어갑니다.
이런 말로 된 기준은 결국 오래 일한 검사자의 감각에 기댑니다. 그 사람이 쉬는 날, 혹은 퇴사한 다음 날부터 판정이 흔들립니다. 같은 로트(같은 조건에서 함께 만든 묶음)를 두고 어제는 다 통과하고 오늘은 절반을 걸러 내면 불량률이 널뛰고, 그 원인은 공정이 아니라 판정입니다. 한도견본은 이 감각을 사람 밖으로 꺼내 실물로 세워 두는 일입니다.
왜 한 장이 아니라 세 장인가
한도견본을 "불량 견본" 한 장만 두는 곳이 있습니다. 그러면 검사자는 "이것보다 덜하면 괜찮겠지"라고 짐작합니다. 어디까지 덜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머릿속에 남습니다.
그래서 세 장으로 세웁니다.
- 합격 견본: 결함이 거의 없는, 누가 봐도 괜찮은 제품입니다.
- 한계 견본: 이것까지는 합격이라는 경계입니다. 가장 중요한 한 장입니다.
- 불합격 견본: 이것부터는 내보내면 안 된다는 제품입니다.
검사자는 손에 든 제품을 세 장 사이 어디에 놓을지만 보면 됩니다. 판정이 "느낌"에서 "비교"로 바뀝니다.
견본마다 붙여 둘 것도 있습니다. 품번, 결함 종류(긁힘인지 색차인지), 보는 조건, 승인한 사람과 날짜, 다시 확인할 시점입니다. 보는 조건은 특히 빠뜨리기 쉽습니다. 몇 걸음 떨어져서, 어떤 조명 아래, 몇 초 동안 보는지에 따라 같은 긁힘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합니다. 이 조건은 거래처와 정한 대로 견본 옆에 그대로 적어 둡니다.
견본이 바래거나 없어질 때, 사진으로 대신하면 걸리는 것
실물 견본은 늙습니다. 손을 타면 긁힘이 늘고, 햇빛을 받으면 색이 바랩니다. 한계 견본에 새 긁힘이 생기면 경계가 슬그머니 넓어집니다. 서랍 속에서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진으로 남겨 두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좋은 보조 수단이지만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 색차는 사진이 약합니다. 같은 사진도 휴대폰마다, 모니터마다 색이 다르게 보입니다. 색 판정을 사진으로만 하면 화면 판정이 됩니다.
- 긁힘은 빛 방향을 탑니다. 찍은 각도에서만 보이는 긁힘이 있고, 반대로 사진에는 안 잡히는 긁힘도 있습니다.
- 사진은 승인을 받은 물건이 아닙니다. 거래처가 서명한 것은 실물 견본이지 사진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진은 "어느 견본이 어떻게 생겼는지 찾아보는 색인"으로 쓰고, 판정은 실물로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견본이 상했으면 새로 만들어 다시 승인을 받고, 판번(몇 번째 견본인지)을 올립니다.
거래처 견본과 우리 견본이 다를 때
우리 공장 출하검사는 통과했는데 거래처 수입검사에서 반품이 옵니다. 열어 보면 서로 다른 견본을 보고 있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한쪽은 예전 판번을, 한쪽은 새 판번을 쓰고 있거나, 처음부터 따로 만든 견본이었던 경우입니다.
막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견본을 같은 때 두 벌 만들어 양쪽이 함께 승인하고 한 벌씩 나눠 갖습니다. 판번이 바뀌면 두 벌을 같이 바꿉니다. 이미 다툼이 생겼다면 양쪽 견본을 나란히 놓고 함께 보고, 결과를 부적합 보고서(NCR)에 남긴 뒤 견본을 다시 맞춥니다. 몇 개를 뽑아 볼지는 AQL(합격 품질 수준)이 정하지만, 뽑은 하나를 어떻게 판정할지는 견본이 정합니다. 둘 중 하나만 맞아서는 다툼이 끝나지 않습니다.
판정 기록에 견본 판번이 남아 있으면 생기는 일
견본을 바꾼 날을 기준으로 불량률이 움직였는지 보려면, 검사 결과에 "어느 판번 견본으로 봤는지"가 같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이 한 칸이 있으면 심사에서도 강해집니다. SQ 심사가 요구하는 품질 기록도 결국 "그때 무엇을 기준으로 판정했는가"를 묻습니다.
이 칸이 MES에 쌓여 있다면, 품질 담당이 카카오톡에 "제품X 긁힘 불량, 견본 바꾼 뒤 2주 검사자별"이라고 물어 몇 초 안에 검사자별 숫자를 받아 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만 숫자가 튀면 그 사람이 아직 옛 견본 감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현장에서는 휴대폰 화면 하나로 지금 쓰는 판번과 견본 사진을 찾아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 전산을 갈아엎지 않고 화면만 따로 만들면 됩니다.
※ 「제품X 긁힘」 질문과 검사자별 숫자는 설명을 위해 꾸며 본 장면이며, 어느 공장의 실제 검사 기록에서 가져온 것이 아닙니다.
임원이 던질 질문은 하나다
외관 불량으로 반품이 왔다는 보고를 받으면, 원인 조사를 지시하기 전에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그 판정, 어느 견본 기준인가요. 거래처도 같은 견본인가요."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견본 세 장을 세우고, 판정 기록에 판번을 남기는 일부터 시작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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